[이재창의 데스크 시각]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유산

입력 2015-11-22 18:09  

이재창 부국장 겸 지식사회부장 leejc@hankyung.com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일생은 우리 현대 정치사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첫 금뱃지를 단 1954년부터 대통령에서 물러난 1998년까지 40여년은 격동의 시기였다. 독재정권에서 민주정부로 넘어가는 극도의 혼란기였다. 그만큼 그의 정치역정도 파란만장했다.

직설화법과 칼국수 즐겨

40대 야당 당수, 가택연금, 신민당 대표직 제명, 23일간의 단식,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결성, 세 차례 대선 후보 출마(두 차례 대선 출마), 1990년 3당 합당 등은 YS의 굴곡 많았던 정치역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YS는 평소 즐겼던 ‘대도무문(大道無門·큰 길에는 문이 없다)’이라는 좌우명처럼 정도에 거침이 없었다.

YS는 직설화법을 좋아했다. 에둘러 표현하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와는 달랐다. 국가의 중요한 개혁작업 추진도 그랬다. 금융실명제 도입과 군(軍) 내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 안가 철거, 역사 바로세우기 등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논리적인 것보다는 매사에 간단 명쾌한 것을 좋아한 그의 직설적인 스타일을 보여줬다.

“인사가 만사다”는 말을 처음 한 것도 YS로 알려져 있다. YS는 인사를 할 때 철저한 비밀주의를 유지했다. 장관과 당 사무총장 등 주요 직책에 내정한 사람들에게 통보하고는 “사전에 언론에 알려지면 취소다”고 경고했다. 사전에 보도가 나가 바뀐 사례도 있었다. 그런 YS지만 평생 언론 친화적이었다. “정치인은 신문 부고란 빼고는 어떤 기사든 나가는 게 좋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YS는 칼국수와 조깅을 즐겼다. 임기가 시작되자 청와대는 칼국수 맛을 내기 위해 ‘YS 칼국수 할머니’를 불러 조리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소호정이 뜬 것도 YS가 이 집을 자주 찾아서다. 해외에 나가서도 조깅을 했던 그는 말년에는 배드민턴 애호가가 됐다.

그의 정치역정은 ‘3김시대’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3김의 역사는 한마디로 YS와 DJ, JP 간 애증의 역사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뒤 3김시대가 본격 개막했지만 뿌리는 197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YS와 DJ는 유신독재 시절 야당의 대표주자였고, JP는 유신의 주역이었다. 1971년 40대였던 YS와 DJ는 ‘40대 기수론’을 앞세워 신민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격돌하면서 양김시대의 막을 올렸다. 이 즈음에 JP는 여권의 2인자인 총리 자리에 올랐다.

경쟁적 협력관계를 유지했던 YS와 DJ가 결정적으로 등을 돌린 것은 1987년 대선 때였다. 야권이 대선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갈라섰다. 평생 야당을 이끌었던 YS는 JP, 노태우 전 대통령과 손잡고 여당의 대통령이 됐다. DJ는 YS와 갈라선 JP와 손잡고 다음 정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3김 극복 못하는 패거리 정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거했지만 우리 정치에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이룬 이 땅의 민주화는 그의 공(功)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독재정권에 맞섰던 그의 결기에 찬 단식투쟁은 민주화의 초석이 됐다.

과(過)도 있다. 상도동(YS) 동교동(DJ)계로 통했던 계파정치의 폐해를 유산으로 남겼다. 친박과 비박이 싸우다 이제는 친박이 내분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과 친노와 비노가 권력싸움에 날을 새우는 새정치민주연합은 3김시대를 극복하지 못하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이재창 부국장 겸 지식사회부장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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